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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경제에서의 금융정책

by 펜타힐즈 2023.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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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적인 자본시장의 발달은 개별국가에서의 중앙은행에 의한 금융정책의 수행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개방된 경제에서 자금의 총공급은 국내원천에서 조달되는 자금공급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오늘날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은행에서 자금을 차입하는 일이 자주 있다. 또한 외국은행들은 한국 내에 지점들을 개설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이자율이나 총신용가용성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실효를 거두지 못할 때가 생긴다. 이것은 중앙은행이 국내은행들에게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이자율을 상승시키려고 노력한다면 국내기업들은 해외에서 자금을 차입하게 되고 따라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효과는 그만큼 무력화된다.
1. 금융수단의 대체성과 금융정책의 효율성
 중앙은행은 은행체계에만 통제력을 행사한다. 공개시장조작, 지준율의 변경, 할인율의 변경을 통해서 중앙은행은 통화와 은행신용의 가용성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행동은 다른 금융기관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에는 경제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융정책효과의 크기는 은행체계가 제공하는 신용, 기타 서비스에 대한 대체물(substitutes)들이 얼마나 존재하는가에 크게 달려 있다. 만일 대체물들이 존재하면 금융정책은 제한된 효과만을 가져온다. 만일 중앙은행이 신용의 공급을 감축시키면 국내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차입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국내기업들이 해외자금을 차입할 수는 없으나 일부 대형기업들은 전 세계에 걸쳐서 활동하고 있으므로 손쉽게 해외에서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 이것만으로도 금융정책의 효율성은 약화될 수 있다. 만일 많은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차입할 수 있으면 국내의 신용공급(가용성)을 매우 크게 감축시키지 않고는 기업들과 개인들의 지출을 감소시킬 수 없게 된다.
 비록 범세계적 자본시장의 테두리에서 볼 때 금융정책이 신용공급을 제한하거나 이자율을 높이는 데 덜 효율적이라고 해서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것은 실제로 국제자본시장의 완전한 것이 못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정책은 국내에서의 통화 수준과 이자율변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자와 소비내구재 구입은 긴축적 금융정책에 따라 감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국제금융체제에 참가함에 따라 국내에서의 통화 및 신용가용성에 대한 정책적 통제는 점차 어려워진다. 
2. 환율의 변동
 자본이동이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가정한다. 중앙은행이 한국에서 이자율을 상승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하자. 다른 나라들의 이자율은 변하지 않다고 하자. 한국에서 채권이 더욱 높은 수익률을 가져옴에 따라 외국투자자들이 몰려들어 온다. 원화에 대한 외국인 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원화가치는 전보다 높아진다. 또한 한국인들의 대외투자수요감소는 원화공급곡선의 좌향이동으로 나타난다. 원화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수출은 줄어들고 수입이 늘어난다. 총지출곡선은 하향으로 이동하며 모든 가격 수준에서 전보다 낮은 산출량 수준을 가져온다. 따라서 총수요곡선은 왼쪽으로 이동한다. 이처럼 금융정책이 총수요를 감퇴하는 데 성공한 것은 신용가용성의 감축이나 투자감퇴의 경로보다 수출감퇴 및 수입증가의 경로를 통해서이다. 금융정책은 또한 미래환율에 대한 기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와 같은 기대의 변화는 지금까지 설명한 기대효과를 더욱 확대시키거나 더욱 축소시킬 수 있다. 기대가 어떻게 형성되며 금융정책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는가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므로 금융정책의 정확한 효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환율변화의 기대를 결정하는 요인의 하나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들 수 있다. 만일 긴축적 금융정책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인플레이션이 감축될 것이라고 믿게 된다면(다시 말하면, 만일 금융정책이 실제로 효력을 발생해서 총수요곡선을 왼쪽으로 이동시킨다면), 그들은 원화의 강세가 나타날 것이라고(환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믿게 된다. 이럴 경우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 더욱 매력적이 된다. 원화의 가치는 이와 같은 기대의 변화가 없을 때보다 더 상승할 것이며, 수출은 더 감퇴되고 수입은 더 증가할 것이다.
금융정책의 변화로 유발된 기대변화는 환율에 크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일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이 앞으로 일 년 안에 인플레이션을 2% 낮추는 데 성공해서 원화가 다른 나라 화폐에 비해서 2% 더 상승하게 된다고 믿으면 이와 같은 기대는 오늘의 환율에 즉각적인 효과를 미친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만일 투자자들이 원화가치가 내일 2% 더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믿으면 자본이득을 얻기 위해 오늘 원화를 사들이려고 한다. 따라서 외화로 표시한 원화환율은 오늘 2% 오르게 된다(흔히 말하는 환율, 즉 원화표시 외화환율은 하락한다).
 그러나 환율이 신속히 적응할 수 있다고 해서 수출과 수입이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금융정책이 수출입경로를 통해서 신속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하기 어렵다. 사실 환율이 변할 때 수출입가격은 매우 완만하게 적응하는 경향이 여러 나라에서 관찰되고 있다.
관리변동환율제
1. 외환시장개입과 환율관리
 완전한 변동환율제에 대한 몇 가지 반론이 제기된다. 하나는 이와 같은 환율의 신축적인 변동은 국제무역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도입함으로써 궁극에 가서는 정부개입의 범위가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만일 불리한 환율변동이 한 나라의 특정한 산업을 외국의 격렬한 경쟁에 노출시켜 견디기 어렵게 되면 그 산업에 대한 정부보호를 크게 요청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국내산업의 보호조치는 다른 나라로부터 보복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여러 나라에 걸쳐서 일어날 때에 국제경제가 '점진적으로 와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오히려 모든 나라가 서로 협력하면 고정환율제도를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이므로 구태여 변동환율제를 채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외와 같은 반론과는 달리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변동환율제를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국제경제의 움직임도 변동환율제 쪽으로 옮아갔다. 1970년대 후반부터 국제금융제도는 '관리변동환율제(managed floating exchange rate system)라고 불릴 수 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환율은 수요 공급에 따라 수시로 상승 또는 하락하도록 허락하나, 경우에 따라 정부가 개입하여 환율변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상을 기술한 것이다.
 이제 정부가 어떻게 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변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를 살펴보자. 정부개입이 없는 경우 자유시장에서의 균형환율은 1달러당 800원이라고 하자. 정부가 환율 1달러당 700원으로 유지하기 원한다면 외환에 대한 초과수요는 qq1이 되며, 이것이 곧 우리나라의 국제수지의 잠재적 적자의 규모가 된다. 국제수지의 적자 없이 환율을 $1=700원의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요곡선, 공급곡선 또는 양자를 모두 하향이동시키지 않고 환율을 700원으로 유지시키려고 하면 국제수지적자가 발생하며, 목표환율은 외환준비금을 qq1만큼 감소시켜야 비로소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환율을 '관리' 할 수 있는 첫째 요건은 만일 목표환율이 시장균형환율 수준보다 크게 떨어져 있으면 여러 가지 통제수단을 강구하여 수요곡선을 하향이동시켜(D1) 목표환율 수준에서 공급곡선과 교차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단으로 흔히 외국상품 및 용역의 수입 또는 자본의 수출에 대한 통제를 들 수 있다.
 환율을 '관리' 할 수 있는 둘째 요건은 외환의 수요 공급의 단기적인 변동은 정부(중앙은행)에 의한 외환 매각과 매입을 통해서 상쇄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외환수급의 단기변동에 불가피하게 직면할 때, 중앙은행은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환율 안정을 위해서 외환을 매각 또는 매입하여야 한다. 중앙은행이 외환의 수요 공급을 평균적으로 균형시키는 환율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 외환관리는 일단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지속적으로 보유외환을 매각하여야만 비로소 환율을 소망스러운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다면 조만간 외환보유고는 고갈되고 환율은 자유시장균형 수준으로 변동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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