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에 대한 수요
마셜의 현금잔고방정식은 화폐수요에 대한 하나의 이론임을 앞에서 말한 바 있다. 현금의 보유량이 소득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현금의 보유량이 소득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일상의 거래를 위하여 현금이 항상 필요하며 소득이 높은 사람은 더 많은 거래에 참여하므로 더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생기는 화폐수요를 거래를 위한 화폐수요라고 부른다. 수입의 시점과 지출의 시점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수요가 생기며 이 수요는 수입, 즉 소득의 크기에 대체로 비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마셜의 화폐수요이론은 거래를 위한 수요에 초점을 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금잔고를 보유하는 행위를 좀더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면 왜 그러한 선택을 하는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거래를 위한 돈이라고 하더라도 채권 같은 수익률이 높은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가 물건을 사기 직전에 현금화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번거롭고 불편한 것이지만 단기간에도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투자수단이 있다면 현금으로 갖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현금을 보유하는 기회비용과 현금을 보유하는 데서 오는 편의성을 비교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현금보유의 기회비용은 이자이다. 다른 자산에서는 시장의 이자율에 해당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현금에서는 수익을 얻을 수 없다. 따라서 거래동기의 화폐수요도 이자율이 높아지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이자율 효과보다는 소득 수준에 비례하는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주로 소득 수준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일상적인 동기의 화폐수요 외에 포트폴리오의 한 항목으로써 현금을 수요할 수 있다는 점을 케인스는 강조하였다. 증권시장에서 증권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어떤 경우에는 현금을 많이 보유하여 매입시기를 기다리고 어떤 때는 있는 돈을 전부 사용하여 증권을 매입하고도 모자라서 융자를 받아서까지 증권을 사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왜 어떤 때는 아무런 수익이 없는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가? 이런 형태의 화폐수요를 투기적 화폐수요 또는 화폐의 자산적 수요라고 말한다. 현금을 보유하는 이유는 전반적으로 증권값이 충분히 올라 더 이상 올라가기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더 많을 경우 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보유하던 증권은 대부분 매각하여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증권가격이 충분히 떨어진 다음에 다시 매입하기 위한 것이다. 증권가격과 이자율 간에는 역의 관계가 있음을 미시경제학 부분에서 공부하였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이자율이 높을 때는 증권가격이 낮고 이자율이 낮을 때는 증권가격이 높다. 증권의 균형가격은 그 자산의 미래수익흐름의 현재가치의 합이다. 이자율이 높아지면 미래수익의 현재가치는 줄어든다. 이것은 이자율이 높아지는 경우, 즉 화폐보유의 기회비용이 높아지는 경우 화폐의 투기적 수요는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소득이 많은 사람이 이러한 동기의 화폐도 더 많이 보유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화폐수요를 결정하는 더 중요한 변수는 이자율이다.
이자율은 가격변수이고 소득은 상품수요의 경우처럼 수요곡선을 이동시키는 변수라고 말할 수 있다. 이자율이 떨어짐에 따라 화폐잔고의 수요는 늘어나며 소득이 상승하면 화폐의 수요곡선은 우상향으로 이동한다. 케인스는 이 곡선을 유동성선호곡선이라고 말하였다. 유동성에 대한 선호가 현금잔고에 대한 수요를 결정하며 그 관계가 바로 화폐수요곡선 이라는 것이다.
이자율의 결정
케인스는 균형이자율이 바로 화폐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생각하였다. 유동성선호곡선이 주어졌을 때 통화당국의 금융정책으로 화폐의 공급량이 결정되면 그 공급량과 유동성선호곡선이 만나는 점에서 균형이자율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화폐의 공급은 이자율과 관계없이 정책당국의 의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므로 수직선을 이룬다. 통화공급량을 증가시키는 금융정책은 공급곡선을 오른쪽으로 이동시켜 이자율을 하락시킨다. 케인스는 경기가 불황일 경우 이자율이 충분히 낮아져서 통화량이 늘어나도 이자율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를 유동성 함정이라고 불렀다. 화폐의 수요가 이자율에 대해 무한탄력적이 되는 경우이다. 이 때는 통화공급량이 늘어도 전부 그대로 현금으로 보유하기 때문에 이자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자율과 투자
화폐시장과 실물시장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변수들은 이자율과 투자이다. 고전적 이자율이론에서는 저축의 공급과 투자의 수요가 균형하는 데서 실물이자율이 결정된다. 저축과 투자가 중계되는 시장이 금융시장이기 때문에 저축의 공급과 투자수요가 이자율을 결정하는 것은 금융현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것은 기본적으로 통화의 공급과는 상관이 없는 실물현상이다. 이 고정모형에서는 통화량의 변동이 저축이나 투자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케인스는 이자율의 결정을 단순히 화폐시장에서의 수급균형현상으로 파악하였다. 통화량은 유량변수가 아니고 저량변수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화폐잔고 또는 현금잔고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는 이 시장이 저량의 시장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만일 투자가 이자율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면 통화잔고를 변동시키는 금융정책은 이자율의 변동을 통해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그것은 실물경제의 균형, 즉 균형소득에 영향을 주게 된다. 케인스가 생각한 금융정책의 기본원리가 바로 이것이다. 투자가 이자율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인정되어 오던 것이다. 투자와 이자율 간의 관계에 관한 고전학파학자들의 설명과 케인스의 설명은 매우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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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수요와 이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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