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이 국내의 지역 간 교역과 다른 점은 국내교역에서는 동일한 화폐를 사용하는 데 반하여, 국제무역에서는 한 나라의 화폐를 다른 나라의 가계나 기업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생산자가 자기의 제품을 외국의 수입업자에게 판매(수출) 할 때 외국 수입업자는 자국의 화폐를 원화로 교환해서 우리나라 생산자에게 지불한다. 이것은 거의 모든 나라의 경우에 그대로 적용되어 수출업자는 궁극적으로 자기들의 수출대금을 자국의 화폐로 지불받게 된다. 국제무역은 한 나라의 화폐를 다른 나라의 화폐로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 수입업자가 미국제 승용차를 수입하여 국내시장에서 판매한다고 하자. 이 승용차를 제작한 미국기업은 판매대금을 미화로 지불받기를 요구할 것이다. 이 승용차의 가격이 10,000달러라면 한국의 수입업자는 거래은행에 가서 원화를 주고 10,000달러의 외화표시수표를ㄹ 구입하여 미국생산자에게 보낸다. 환율 이란 이 외화 1 단위를 구입하는 데 지불해야 할 원화의 금액을 뜻한다.
이 교환비율, 즉 환율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변동한다. 예컨데, 미화 1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1970년대 말에 316.7원, 1975년 말에 484.0원, 1985년 말에 89.2원, 1993년 말에 808.1원, 1995년 말에는 788.7원으로 각각 변동하였다.
이제 한국의 수입업자는 원화 788.7만원을 자기의 거래은행에 지불하고 10,000달러의 미화표시수표를 매입하여 미국생산자에게 보낸다. 미국생산자는 이 수료를 자기의 거래은행에 예금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은행의 예금은 788.7만 원만큼 줄어들고 미국은행의 예금은 10,000달러만큼 증가한다. 이제 미국의 수입업자가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TV를 100대 구입하여 미국시장에 판다고 하자. TV수출가격이 대당 100달러라고 하면, 미국수입업자는 자기 은행에 10,000달러를 지불하고 788.7만 원의 원화표시수표를 매입하여 한국수출업자에게 보낸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행의 예금은 10,000달러만큼 감소하고, 우리나라 은행의 예금은 788.7만 원만큼 증가한다.
두 나라간의 이와 같은 두 가지 거래가 이루어지면 두 나라의 은행 간 청구권은 상쇄되어 버리므로 국가 간의 청구권에 아무런 순변동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양국 간의 상대방에 지불해야 할 금액이 동일하면 아무런 화폐거래를 거치지 않은 채 국가 간의 청구권 견제가 끝나버린다. 그러나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양국 간의 지불해야 할 금액이 서로 다를 때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외환 이란 외국화폐(통화) 및 국가간에 서로 교환될 수 있는 외국화폐에 대한 각종 청구권(예컨대, 은행예금 또는 약속어음증서)을 말한다. 환율이란 이화 같은 외환이 거래되는 가격을 말한다. 즉, 다른 나라 화폐 한 단위를 위해서 지불해야 할 한 단위의 화폐단위의 수치를 말한다. 원화와 미달러화간의 환율이 $1=790원일 때 미화 1달러가 790.0원 또는 1원이 0.001266~ 달러로 교환된다는 뜻이다.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원화와 다른 모든 나라의 화폐와의 일련의 교환비율, 즉 환율이 존재한다.
외환에 있어서 재정거래란 환율이 낮은 외환시장에서 외환을 구입하여 환율이 높은 외환시장에 판매함으로써 두 시장가의 환율 격차(또는 환차)에서 오는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컨데, 미화와 영국화폐 간의 환율, 미화와 이탈리아화폐간의 환율이 각각 $1=£0.60, $1=Lira 800이라면 영국화폐와 이탈리아화폐간의 재정거래의 활동을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환율은 £0.60=Lira800, 즉 £1=Lira 1,333가 된다. 만약 영국화폐(£)와 이탈리아화폐(Lira)간의 환율이 각 화폐와 미국화폐 간의 환율과 서로 일관성 있게 연결되지 않으면 재정거래의 여지가 생긴다.
재정거래는 각 환율간의 불규칙적인 관계가 발생하는 것을 빨리 해소시켜 주는 기능을 담당한다. 만일 각 환율이 외환시장에서 자유롭게 변동될 수 있으면 모든 환율은 서로 일관성 있게 연결되어 재정거래에 의하여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
고전적인 금본위제(고정환율제)
고전경제학자들, 특히 철학자이며 스미스의 친구인 흄은 국제무역에 있어서의 흑자와 적자가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자기 교정적인 기루를 생각해 냈다. 이제 다음과 같은 가정들을 세워 보자.
① 국제무역에 참가하는 나라들이 모두 순수한 금본위제 하에 있어서 각국의 화폐로 표시된 금의 가격이 고정되어 있다. 이것은 금의 국가간의 수송비용을 무시한다면 여러 나라 화폐 간의 교환비율, 즉 환율이 고정되어 있는 고정환율제 가 성립되는 것을 뜻한다. 만일 A국의 화폐가 B국의 화폐로 보아 더 비싸게 되면 사람들은 A국의 화폐 대신에 금으로 지불하기를 원할 것이다. 이제 금의 수송비용이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환율이 완전히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하자.
② 한 나라에로의 금의 유입(한 나라로부터의 금의 유출)은 곧 그 나라의 화폐공급(통화)의 일정비율의 증가(감소)로 맞아 떨어진다.
③ 화폐수량설이 성립된다. 다시 말하면, 통화의 증가(감소)는 그 나라의 물가 수준에 비례적인 증가(감소)를 가져온다.
이상화 같은 가정이 주어졌을 때 가격 . 금의 흐름의 기구는 다음과 같이 작용할 수 있다.
두 나라 A와 B가 교역을 한다. A국은 B국에 대하여 흑자를 보고, 반대로 B국은 A국에 대하여 같은 금액만큼의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금이 B국으로부터 A국으로 유입된다. 금의 유입으로 말미암아 A국의 화폐공급(통화)은 증가하고, B국의 화폐공급(통화)은 감소한다. 화폐수량설의 가정하에서 화폐공급의 변화는 A국의 물가 수준의 상승과 B국의 물가 수준에 변화를 준다. 이제 A국의 수출가격은 더 비싸졌으며 B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더 싸졌으므로 A국 국민들은 B국으로부터 더 많은 상품을 수입하고자 하며 B국 국민들은 A국으로부터 비싼 재화를 덜 구입하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첫째 처음의 무역불균형을 시정하며, 둘째 금의 유출입을 중지시킨다. 결국 세계의 금의 공급량은 A국과 B국에 재분배된다. 이와 같은 균형상태는 안정적이고 자기 교정적이며 관세나 기타의 정부개입을 요하지 않는다. 이러한 고전주의 입장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처음에 A국과 B국 간에 금의 저량이 잘못 분배되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A국은 지나치게 적은 금을 소유하였으므로 이에 따라 A국의 재화의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A국의 수출이 높았으며, B국은 지나치게 많은 금을 보유하였으므로 재화의 가격이 높아 수출이 낮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시장기구가 무역불균형과 금의 불공평한 분배를 교정함으로써 두 나라의 전반적인 균형을 가져온다고 한다.
그러나 이론의 타당성은 그것이 기초를 둔 가정들에 달려 있다. 실제로 어떤 나라도 지나친 금의 유출이 계속되면 순수한 금본위제(가정 1)를 그대로 유지하지 아니할 것이다. 더욱이 현대국가는 금의 유입이나 유출에 의하여 자국의 화폐공급이 변동되도록 방임하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화폐수량설(가정 2)의 고전적 형태는 많이 수정되었다. 이것을 그대로 믿는 학자는 오늘날 거의 없다. 이것은 단적으로 순수한 형태의 금본위제가 이미 오래전에 현실 세계에서 폐기된 사실을 보아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