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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변동의 다른 요인들

by 펜타힐즈 2023.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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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투기와 기대 
 오늘날 환율을 결정하는 셋째로 중요한 요인은 투기이다. 제8장에서 어떤 자산에 대한 수요는 그 자산이 미래에 얼마나 팔릴 것인가 하는 기대에 달려 있다고 지적하였다. 어느 나라에서나 화폐는 하나의 자산이다. 만일 한국사람들이 원화에 비해서 일본엔화의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면 일본엔화를 보유하려고 할 것이다. 또한 같은 기대를 가진 사람들이 엔화를 더욱더 보유하게 되면, 엔화의 가치는 더욱더 올라가게 된다. 이처럼 환율의 미래변동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하여 오늘의 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한 나라의 화폐의 가치상승으로부터 가능한 이득을 얻기 위해 그 화폐를 보유하는 행위를 외환투기 라 부른다. 투기가 고려되면 외환시장에서의 환율은 수출입무역과 투자의 수요 공급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흐름들의 미래변동에 대한 기대에도 의존한다. 사실 환율변동에 대한 기대는 모든 해외투자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일본투자자가 자기 엔화를 미국달러로 바꿔서 미국에 투자(또는 증권투자)하려고 계획한다고 하자. 그는 이 투자에서 얻는 이윤을 일본으로 송금하기를 원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언제인가는 자기 투자를 처분해서 회수한 자금을 일본으로 가져가기를 원할 것이다. 
 어느 경우이든지 그의 주된 관심은 그가 송금하는 미국달러가 엔화로 얼마의 가치를 지닐 것인가에 집중될 것이다. 만일 엔화가 더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미국에 대한 투자는 그만큼 매력이 줄어들 것이다. 반면에 미국달러가 더 큰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대미투자는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이제 예를 들어, 미국에서의 명목이자율은 10%, 일본에서는 5%, 그리고 환율이 미국달러당 100엔이라고 하자. 어떤 일본인이 100,00엔을 연 5%만 지급하는 일본국채에 투자하면 1년 뒤에 105,00엔을 얻는다. 만일 그가 100,000엔을 미국달러로 교환하면 1,000달러를 얻는다. 이것으로 미국정부채를 구입하면 1년 뒤에 1,100달러를 얻는다. 그가 이것을 엔화로 교환하려고 은행에 갔더니 엔화의 미국달러에 대한 환율이 85엔으로 내려갔다고 하자. 이제 그는 93,500엔을 얻게 된다. 오히려 원본에서 손실을 입은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이와 같은 달러화의 가치하락을 기대했다면 달러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그의 기대수익을 계산하는 공식을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다.
   엔(¥)화로 본 기대수익률 = 미화($) 이자율 - 환율변동의 기대율
장기에는 환율변동의 기대는 여러 나라 사이의 물가 수준의 변동과 연결된다. 이제 미국과 일본 두 나라의 인플레이션율의 차이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보자. 
(2) 인플레이션의 역할
 만일 두 나라 사이에 인플레이션율이 서로 다르다면 장기에는 환율변동이 나타나서 인플레이션율의 격차를 상쇄하게 된다. 예컨대, 미국에서의 인플레이션율이 연간 3%이고 일본의 인플레이션율이 0%라면 엔화의 가치는 변하지 않지만 미국달러의 가치(실질구매력)는 매년 3%씩 감소한다. 따라서 환율도 변동하게 된다. 엔화에 대해서 미국달러는 매년 3%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자본이동성이 완전한 경우에는 이자율이 인플레이션율과 환율의 변동차이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적응한다. 예컨대, 이자율이 일본에서는 5%이고 미국에서는 8%이면, 3%의 차이는 인플레이션율의 격차를 나타낸다. 이 경우 실질이자율은 두 나라에서 동일하다(즉, 5%이다). 따라서 일본타자자는 미국에서 투자하든 상관하지 않게 된다. 
실질노임이나 실질(real) 이자율과 마찬가지로 두 나라 사이의 물가 수준의 차이를 조정한 환율을 실질환율(real exchange rate)이라 부른다. 다시 말하면, 만일 인플레이션율이 일본보다 미국에서 3% 더 높고 명목환율이 엔화에 비해 미국달러가 3% 덜 가치가 있도록 변하면 실질환율은 변하지 않는다. 여기서 명목환율의 변화란 물가 수준의 상대적인 변화를 상쇄시키는 데 필요한 변화를 말한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들도 명목수익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실질수익률을 찾아낼 수 있다.
(3) 구매력평가설
 흄, 리카도, 스웨덴의 카셀(Gustav Cassel) 등의 고전경제학자들은 각국의 가격 수준의 상대적 변화, 즉 각국 화폐의 구매력의 상대적 변화가 자유 외환 시장에서의 균형환율 수준을 결정한다는 구매력평가설(purchasing power parity theory)을 주장했다. 예컨대, 한국과 미국 간의 균형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이라 하자. 이제 한국이 통화(M)를 증가시켜 모든 국내가격들이 2배로 상승하고(즉, 국내물가 수준이 2배로 상승하고) 미국의 물가 수준은 변하지 않았다면 다른 모든 요인들이 변하지 않는 한(예컨대, 완전고용이 유지되고 기술혁신, 농산물의 흉작, 관세, 소비자 기호변화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환율은 옛 환율을 2배로 상승시킨 수준(즉, 1달러당 2,000원)이 된다. 결국 한국의 가격 수준 및 통화가 상승한 만큼 원화가치는 하락한다.
 이 이론은 변동환율제하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 각국의 금융정책이 각국의 물가 수준을 궁극적으로 결정하며, 따라서 각국의 환율변동의 추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환율변동을 나타내는 용어들
 금본위제하에서 한 나라의 화폐에 대한 금의 공식가격이 상승할 때 또는 금본위제가 아닌 고정환율제하에서 한 나라의 정부가 공시적으로 정한 외국화폐에 대한 국내가격을 상승시킬 때 그 나라의 화폐가 평가절하(devaluation)되었다고 하고, 상대방 나라의 화폐는 평가절상(revaluation)되었다고 한다.
 변동환율제하에서 한 나라의 화폐에 대하여 외국화폐의 가격이 상승할 때에 그 나라의 국내화폐가 가치하락(depreciation)하였다고 하며, 외국화폐는 가치상승(appreciation)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와서부터 금의 공식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가치하락이라는 용어가 평가절하라는 용어보다 더 자주 쓰이게 되었다. 사실 우리말로는 두 용어를 구분하지 않고 가치하락(상승)보다 평가절하(절상)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대미달러환율이 오르면 원하는 평가절하되었다고 말하고 내리면 평가절상되었다고 흔히 말한다. 만일 한 나라의 국제수지계정이 만성적인 적자를 나타내면, 이것은 자국 화폐의 외화표시가격을 지나치게 높은 수준에 고정시켜 왔다는 의미에서 그 나라의 화폐는 과대평가(over-valuation)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한 나라의 국제수지계정이 만성적인 흑자를 나타내면 그 나라의 화폐는 과소평가(under-valuation)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변동환율제의 장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매우 크다. 국제수지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하여 가격 임금, 나아가서는 국민소득과 고용을 적응시켜야 하는 고통스러운 방법 대신에, 변동환율제는 환율의 신축성 있는 변동으로 경제가 균형에 이르게 해 준다. 특히, 변동환율제는 국제무역이 그 나라의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을 때에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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