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맬서스

맬서스의 이름은 인구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는 수확체감의 법칙을 포함한 여러 가지의 개념을 확립함으로써 경제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의 유명한 '인구론'은 1798년에 출판되었으나 이보다 수십 년 앞서 그의 인구론과 비슷한 이론들이 이미 대두되었다. 다만, 맬서스의 인구론은 대중의 관심을 끌어서 유명한 논쟁을 일으켰기 때문에 역사에 남게 되었다.
 맬서스 이전에도 식량공급이 인구규모의 상한선을 궁극적으로 제한한다는 노의가 잘 알려져 있었다. 맬서스에 의하면 이와 같은 상한선은 이미 실제로 도달되었기 때문에 인구는 잠재적으로 기하급수적인 증가를 가져올 수 있으나, 실제적인 증가는 식량공급의 산술급수적인 증가에 의하여 제한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맬서스의 '인구론'의 핵심은 빈곤과 기아가 만연되고 있는 사회현상의 원인을 사회제도에 돌리지 않고 자연조건의 제약이나 조기결혼과 같은 요인으로 설명하는 데 있었다. 맬서스의 이론은 경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가설이지만, 이 가설의 설정이 매우 모호하여 경험적 검증을 회피할 수 있었다. 인구증가가 식량공급의 증가를 앞지르는 경향은 ①인구의 이론적인 잠재적 성장률이 식량공급의 이론적인 잠재적 성장률보다 크거나 최소한 같다는 뜻이거나, ②인구의 실제 역사적인 성장률이 식량공급의 실제 역사적인 성장률보다 크거나 최소한 같다는 뜻이거나, ③ 인구의 이론적인 잠재적 성장률이 식량공급의 실제 역사적인 성장률보다 크거나 최소한 같다는 뜻이거나 그 어느 것 중의 하나 일것이다.
 맬서스 자신의 이 ③의 경우를 가장 많이 적용했던 것이다. 이것은 인구 증가의 추상적인 잠재성을 식량증가의 구체적인 현실과 비교한다는 모순을 드러냈던 것이다. 그러나 만일 맬서스가 동일한 측정단위로 인구증가와 식량증가를 비교하였더라면, 그 결과는 첫째, 인간의 음식물을 구성하고 있는 동식물들은 그 재생산의 주기가 매우 짧으며 종자의 번식이 매우 빨라서 이들의 추상적인 잠재적 성장은 인구의 잠재적인 성장보다도 더 높은 기하급수적인 가속을 가져온다는 결론에 이르거나, 둘째, 1인당 식량의 실제 역사적 공급은 계속 성장하였으므로 식량의 실제 역사적 공급은 인구의 실제 역사적 공급보다 더 빨리 증가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었을 것이다.
맬서스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많은 비난과 공박을 다음과 같은 분명치 못한 논의로써 회피하고자 하였다. 즉, 사람들은 음식물 없이는 살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인구의 수는 필연적으로 식량 공급능력에 의하여 제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인구의 수와 식량의 공급량이 이 같은 궁극적인 제한 속에서 어떠한 함수적 관계를 갖는가를 설명하여 주지 못한다. 맬서스가 말련에 가까웠을 때 당시의 경제학자들은 경험적인 증거를 통해 그의 이론을 기각하였다. 맬서스 자신도 식량공급의 증가는 두 가지의 크게 다른 결과, 즉 인구의 성장이나 1인당 산출량의 성장의 어느 하나의 결과로 가능하다고 자인하였다. 이렇게 되면 그의 이론은 모든 결과에 다 맞게 되므로 이 인구이론은 아무런 경험적인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된다. 
맬서스의 이론은 경험적으로 보아 기각된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주기적으로 소생되곤 한다. 그의 심리학적인 공헌은 빈곤과 기아를 인구과잉과 동일시한다 데 있다. 따라서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서 인구과잉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운 것이다. 또한 교통이 발달되지 않은 후진국에서 어느 한 지역이 흉작으로 말미암아 주기적으로 기아상태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 맬서스의 이론을 지지하는 증거로서 거론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이 관찰된 기아상태는 교통시설 개선의 시급함을 강조하거나 혹은 곡물창고의 필요성을 뒷받침할지언정 결코 맬서스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다. 맬서스의 인구론 뒤에는 이른바 '수확체감의 법칙' 이 놓여 있다. 이 점은 '인구론'이 출판된 지 약 12년 뒤에야 명백해졌다. 당시 맬서스의 이론에 대한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저마다 두 개의 손을 갖고 있으며, 이 두 개의 손은 하나의 입에 충분한 음식을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많아지는 손은 그 공급이 상대적으로 불변한 토지와 결합하여야 하므로 음식물의 산출량은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비례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이 수확체감의 법칙이야말로 인구증가에 궁극적인 제한을 가져오는 근거가 된다. 맬서스의 인구이론의 역사는 정치적 이념(ideology)과 경제학적 분석과의 관계에 대해 매우 흥미 있는 측면을 보여 주고 있다. 맬서스의 당초의 목적은 당시의 사회질서를 옹호하는 데 있었으나, 이 과정에서 그는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기본원칙의 하나인 수확체감의 법칙을 발견하였던 것이다. 사실이 법칙이야말로 사회질서와 전혀 관련이 없으며 어떤 특정한 사회제도를 옹호하거나 공박하는 것과도 관련이 없는 것이다.
 맬서스와 반대되는 정치적 입장을 취하던 사람들은 수확체감의 법칙을 그것이 처음에 발생하게 된 편견 때문에 경시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이것은 잘못이다. 사실 인류의 지적인 유산의 거의 전부가 처음에는 어느 특정한 관념이나 편견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생겨났던 것이다(화학이나 천문학을 예로 들 수 있다). 한 이론의 타당성은 그 이론을 제시한 사람의 편견에 의하여 판정될 수 없으며, 과학적 방법에 따른 논리적 일관성 및 경험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