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의 정의
일반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이것은 물가의 일회적 상승과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국제원유가격의 급등으로 어느 한 해의 물가가 높은 비율로 상승하였으나 그 뒤에 바로 안정되었다면 그것은 인플레이션이라기보다는 일회적인 물가의 상승 또는 물가수준의 조정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러나 일상적인 용어로서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은 물가의 일회적 상승과 거의 구분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에서는 거의 항상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우리가 직면하는 인플레이션의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느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심한가의 문제라고 본다면 앞에서 말한 일회적 상승과 상승의 지속을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인플레이션을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데 있어서 이 두 가지 경우를 개념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인플레이션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일반물가 수준의 지속적 상승 현상이라는 정의가 불충분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어느 정도의 물가상승이 지속되는 경우를 인플레이션으로 보아야 하는가의 뜻이 내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년 2~3%의 물가상승이 지속되는 것을 인플레이션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가 현실적인 정책논의에서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론적인 정의에 포함시킬 수 있는 성질의 문제는 아니다. 물가상승률이 거의 매년10%를 상회하던 1970년대에는 2~3% 정도의 물가상승을 가지고 인플레이션 운운하는 것은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1% 미만의 물가상승이 윶되어온 경제가 있다면 이러한 경제가 어느 해 부터 2~3%의 물가상승을 보이기 시작할 때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미시경제학에서 공부한 상대가격이 변하는 현상과는 구분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보면 물가의 상승도 상대가격의 상승으로 파악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물가가 올라간다는 것은 단위통화를 가지고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의 수량이 작아진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돈의 상대적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이다. 통화의 공급이 많아져서 상대적으로 돈의 값이 떨어지는 것이 물가상승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 때 돈의 공급이 많아진다는 것도 상대적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물건의 생산도 많아지고 돈의 공급도 많아진다는 것도 상대적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물건의 생산도 많아지고 돈의 공급도 많아지면 상대가격이 변하지 않을 수 있다. 또 돈의 유통속도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돈의 공급이 많아지지 않아도 유통속도가 높아지면 물가가 오를 수 있다.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어 돈을 실물로 바꾸려는 이른바 환물심리 가 팽배하게 되면 유통속도가 높아져서 물가가 오를 수 있다. 금이 화폐로 유통되던 시절에도 화폐의 가치가 불변했던 것은 아니다. 16세기 중 신대륙에서 금이 대량으로 구대륙에 유입되자 금의 가치가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었다. 요컨데, 인플레이션이란 통화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측정
인플레이션은 일반물가의 상승률로 측정되기 때문에 물가수준을 측정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수많은 재화와 용역의 개별가격 변동을 총체적으로 집계함으로써 경제 전체의 물가수준 변동을 측정한다. 각 가격을 집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기준년도를 정한다. 다음 각 개별품목의 가격수준을 이 기준년도의 값을 100으로 하는 지수로 환산한다. 다음에 각품목의 가중치를 가지고 각 가격지수를 가중평균하면 물가지수를 얻게 되는것이다. 보통 물가지수는 기준년도의 거래액을 가중치로 사용하는 라스페이레스 방법을 사용한다.
이렇게 계산한 물가지수를 가지고 인플레이션을 측정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보통 물가의 상승률로 측정되기 때문에 물가지수의 퍼센트 증가율을 계산할지 필요가 생긴다. 다른 지표들과 마찬가지로 물가지수로 계절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계절변동을 조정한 후 증가율을 계산하거나 전년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하여 증가율을 계산하는 방법을 흔히 사용한다. 보통 일 년 단위로 증가율을 계산하기 때문에 전년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지만 변동을 보기 위해서는 전월 대비 증가율을 계산할 필요도 생긴다. 이 경우에는 연간의 변동률로 환산하여, 즉 연이율로 환산하여 보는 것이 편리하다. 예컨대, 지난달에 비해 이번 달에 물가가 0.5% 상승하였다면 이것은 연이율로는 6%에 해당하는 것이다.
각국이 작성하는 물가지수의 대표적인 종류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소비자물가지수 또는 생계비지수라는 것이다. 이것은 주로 가계가 구입하는 재화와 용역을 중심으로 물가지수를 계산한 것이다. 따라서 이 지수의 변동을 가지고 소비자가 얻는 단위 소득의 실질 구매력이 어떻게 변하였는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 지수를 1965년 초부터 작성하기 시작하였으며 재정경제원 산하의 통계청이 이 지수를 작성을 담당하고 있다. 두번째로 생산자물가지수 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주로 재화를 생산하는 생산자들의 출하가격을 집계한 지수이다. 따라서 이 지수에는 용역의 가격이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도매물가지수라는 이름으로 이 지수가 작성되어 오다가 최근에 생산자물가지수로 개편되었으며 한국은행이 이 지수의 조사 편제를 담당하고 있다. 세 번째의 대표적인 물가지수는 이른바 GDP 환가 지수 라는 것이다. 이것은 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누어서 계산한다. 따라서 가장 포괄적인 물가지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물가지수들과 달리 이 지수는 GDP의 추정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계산되므로 최근의 물가동향을 바로바로 파악하는 데는 유용하지 못하다 GDP를 매달마다 신속하게 추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각국은 분기별로 추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생산자물가지수나 소비자물가지수는 표본조사를 통해서 신속하게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정화정책지표로는 이들 두 가지 지표가 더 유용하게 사용된다.
인플레이션의 측정과 관련하여 흔히 나타나는 문제의 하나는 체감물가상승률과 통계기관이 공식적으로 작성하여 발표하는 통계상의 물가상승률이 괴리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공식통계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불신을 유발하고 나아가서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첫째로 가중치의 변화가 지수작성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거나 새로운 상품의 도입이 물가에 편입되지 않아서 정확하게 물가의 변동이 지수로 포착되지 않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렇게 중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둘째로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가중치가 지수계산에서 사용되는 가중치와 다른 것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가전제품 등 소비자 내구재는 가계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상당한 가중치를 갖는다. 따라서 기술개발에 의한 이러한 제품들의 가격 인하 추세는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장바구니에는 이러한 상품들은 들어있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소비자들이 경험하는 세계는 지역적으로나 대항 품목에 있어서 제한적 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경제를 반영하는 전체의 물가지수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의 가능성은 정말로 통계의 작성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의적으로 가격이 안정된 품목의 가중치를 좀 더 크게 조정한다든가 정부가 직접 가격을 통제하면서 암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높은 가격을 지수 사넞ㅇ에 반영시키지 않고 통제가격으로 지수를 산정하는 방법 등을 사용하여 실제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물가상승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물가뿐 아니고 모든 경제지표들이 실상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물가는 좀 더 우리의 생활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에 통계상 물가와 체감물가 간의 차이가 더 쉽게 부각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카테고리 없음
인플레이션이란
반응형
반응형